돼끼리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외로움과 설레임의 사이

돼끼리 2022. 10. 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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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낯선 곳

미국 영화배우 밥은 위스키 광고 촬영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도착했다. 낯선 일본어 간판들 사이로 보이는 광고판 속 자신의 얼굴이 신기하기만 했다. 호텔에 도착한 밥은 마중 나온 광고회사 직원들과 호텔 직원들의 환대를 받고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호텔방으로 들어갔다. 텔레비전 속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 방송은 시끄럽기만 하다. 그래서 호텔 로비로 내려가는데, 자신을 알아보고 말을 거는 사람들의 수다스러움도 영 반갑지 않다. 샬롯은 사지 작가로 일하는 남편을 따라 일본에 왔지만 남편은 일을 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샬롯의 외로움은 점점 커져만 간다. 샬롯은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어 답답한 마음이 든다. 방에만 처박혀 있기에는 너무 답답하여 밖으로 나가서 여기저기 돌아다녀보지만 일본의 이질적으로 느껴지만 문화는 그녀에게 어떤 감흥도 주지 못한다. 샬롯과 밥 둘 다 자신이 원해서 일본에 온 것이 아니었다. 밥은 거액의 광고비를 주는 촬영을 위해, 샬롯은 남편의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밥은 광고 때문이라는 핑계로 아내에게 벗어나기 위해 일본행을 택한 마음도 있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아내에게서 온 팩스를 통해 가정 내의 일과 집을 수리하겠다며 수리하겠다고 벌려 놓은 일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두 사람은 자신이 있던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권태로웠던 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나도 낯선 일본에 지내게 된 두 사람은 외로움이 더 커서 권태로움은 자연스레 잊히고 만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에서 오는 소외감이 외로움의 원인이기도 한 것이다. 광고 촬영 감독이 말하는 요구사항을 통역사가 너무나 짧은 번역으로 전달해 밥은 의아했다. 아니나 다를까 촬영감독은 계속 OK사인을 주지 않고 일본어로 자신의 요구사항을 계속 전달했고, 통역사는 다시금 짧은 전달만 할 뿐이었다. 샬롯 또한 마찬가지의 상황이었다. 어디를 가도 귀에 들리는 건 낯선 일본어뿐이었고, 그랬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을 맞닥뜨리게 된다.

외로움 속에 만난 설렘

낯선 곳에서 언어와 문화를 이해할 수 없어 외로움을 느끼듯이 그들은 배우자와 마치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듯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받을 수도 없었기에 더 깊은 외로움을 느껴야 했다. 샬롯은 언제나 호자라는 외로움 때문에 남편이 친구를 만나게 되면 동행하지만, 그 자리에서도 혼자만 소외된 느낌을 받게 된다. 밥 역시 아내와 통화할 때 샬롯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사랑하는 부부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는 회피하기도 하며 통하지 않는 마음으로 인해 답답하고 외로운 감정은 그들에게 만성적인 질병과 같은 것이 되었다. 다른 나라에서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은 사막에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것과 같았다. 밥은 바에서 마주친 샬롯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샬롯 또한 밥이 그녀에게 느끼는 반가움과 편안함을 느꼈기 때문에 그와 급작스럽게 가까워지게 된다. 중년의 나이로 결혼한 지 20년이 훌쩍 넘은 밥의 조언을 듣는 결혼 새내기 샬롯의 관계는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우정의 관계로 발전했다. 그리고 그 우정은 비슷한 처지에서 비롯되어 인간적으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게 됐다. 순수하게 인간적인 사랑을 나누는 관계가 되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것처럼 보였다.

돌아가야 할 곳

하지만 두 사람은 돌아가야 할 자리가 있었다. 밥은 일을 마치고 자신의 일과 가정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가야만 했고, 샬롯은 일을 하러 떠난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려야만 했다. 떠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남아있는 사람에게 마음이 쓰여 밥은 샬롯에게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를 로비에 불러낸 것이었고, 쓸쓸한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달려가 샬롯이 다시금 웃음 지을 수 있는 응원의 말들을 건넸다. 관계가 지속되었더라면 두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지만, 잠깐이었지만 누구보다 서로를 깊이 이해했던 사이로 추억할 수 있는 지금 헤어지는 것이 최선이었고 또 깔끔한 끝맺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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