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끼리 영화

글루미선데이 죽을만큼 아름다운 사랑과 노래

돼끼리 2022. 10. 1.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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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이상한 관계의 셋

1999년 독일 사업가는 생일을 맞이하여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작은 레스토랑 자보에 들렀다. 사업가는 과거에 이 레스토랑에 드나들며 많은 추억을 쌓은 듯했다. 그는 음악가에게 듣고 싶은 곡이 있다며 신청을 하고, 연주가 시작되자 어느 한 곳을 바라보며 눈을 떼지 못한다. 그러다 이내 바닥에 쓰러졌다. 60년 전 레스토랑의 지배인 자보는 연인 일로나와 함께 오픈 준비에 정신이 없었다.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았지만 그들은 레스토랑에서 연주할 피아니스트 오디션을 직접 봤다. 약속했던 시간보다 한 시간 늦게 오디션을 볼 연주자가 들어왔다. 오디션을 보게 된 피아니스트 안드라스는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아름다운 곡을 연주해 자보에서 일할 기회를 얻는다. 일로나와 자보는 겉으로 보기엔 그리 어울리는 않았다. 젊고 아름다운 일로나와는 달리 자보는 나이가 좀 들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보는 일로나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했다. 그녀와 함께 하는 시간이 그에겐 큰 기쁨이었고 그 어디에 있어도 눈은 일로나만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레스토랑 연주자 안드라스로 인해 자보의 행복은 반으로 줄어들었다. 안드라스는 일로나에게 한눈에 반했고, 자신이 작곡한 글루미 선데이라는 아름다운 곡을 그녀에게 바쳤다. 일로나의 반응 역시 안드라스가 싫지 않은 듯했다.. 오히려 그녀는 안드라스에게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나 일로나가 자보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편안한 사랑을 주는 자보와 자신의 예술적 감각을 일깨우는 안드라스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두 사람을 모두 사랑했다. 그리고 그런 일로나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세 사람은 합의하에 관계를 맺어갔다. 이 과정에서 자보는 일로나를 완전히 잃느니 한 부분이라도 가지겠다고 말한다. 안드라스 역시 자보와 잘 지내며 사랑하는 일로나의 곁에 머물렀다. 누군가 보기엔 조금은 이상했던 세 사람의 관계였지만 모두 서로에게 진심이었기에 괜찮았다. 그리고 자보 덕분에 안드라스는 글루미 선데이 음반을 내서 유명해지게 된다. 그들은 앞으로 행복만 가득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글루미 선데이가 자살을 부르는 곡으로 유명해지는 바람에 안드라스는 자괴감을 느낀다. 그렇지만 그와 함께 있어주는 두 사람이 있었기에 안드라스는 견딜 수 있었다.

죽을 만큼 아름다운 사랑과 노래

그 후 일어난 제2차 세계대전은 헝가리를 더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게 만들었다. 서로 균형을 잘 유지하며 특별한 관계를 이어가던 세 사람은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을 겪는다. 레스토랑 오픈 초창기에 자주 찾아와 일로나에게 청혼까지 했던 한스가 독일군 대령이 되어 돌아와 불안하게 세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레스토랑의 주인 자보가 유대인이 인 것도 문제였다. 전쟁 전 소심했던 한스였지만 하켄크로이츠 완장을 차고 나타난 지금 그의 모습은 당당하고 거만했다.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자보에게도 거만하게 굴며 권력을 행사했다. 안드라스는 예전에 한스를 그리 좋게 보지 않았었다. 지금은 뒤바뀐 위험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자존심을 굽히지 않았다. 너무나 꼿꼿해서 한 번 건드리면 휘는 게 아니라 완전히 부러지고 만 것이다. 그 이유는 일로나가 남들 앞에선 절대 보이지 않는다던 행동을 했다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여인 일로나에게 바친 곡을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노래로 들으며, 그녀를 위해 마지막으로 연주하고 목숨을 끊는 것이 그에겐 더없이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웬만하면 한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했던 유대인 자보는 자신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한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은 모든 것이 일로나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한스가 자신을 좋지 않게 보는 걸 알고 있음에도 다른 유대인들을 위한 선한 행동까지 했다. 결국 자보는 유대인 수용소로 끌려가는 안타까운 끝을 맞이하게 된다.. 그 후 일로나는 굴욕적이지만 한스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일로나는 복수의 칼날을 갈았고, 그 복수는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완성되었다. 그 복수가 그녀가 차마 죽을 수 없었던 이유였던 건지도 모른다.

저주받은 음악 글루미 선데이

한 여자를 사랑하는 사랑과 우정의 아름다우면서도 팽팽한 긴장감, 그리고 사랑은 증오와 복수로 끝을 맺는다. 영화의 배경에 저주받은 슬픔의 음악 글루미 선데이가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글루미 선데이는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끌고 영화는 사건과 사건, 반전과 반전 속에서 진행된다. 행복하고 아름다워야 할 일요일이 우울한 일요일로 변하는 것처럼, 영화가 끝나고 흘러나오는 글루미 선데이 음악은 좀처럼 영화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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