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끼리 영화

남매의 여름밤 어린시절의 추억, 향수

돼끼리 2022. 10. 6.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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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무책임한 아버지, 불안한 남매

고등학생인 옥주와 초등학생인 남동생 동주는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는 집을 떠나 아버지가 모는 다마스를 타고 어디론가 이사를 떠납니다. 이 가족이 도착한 곳은 할아버지가 사는 2층 양옥집이었습니다. 할아버지 집은 70년대 지어진 전형적인 양옥 스타일의 건물이었습니다. 할아버지 혼자 사는 집은 마당도 있고 방도 참 많습니다. 남매는 좁은 아파트에 살다가 큰 집으로 이사 와서 기분 좋았지만, 아버지는 할아버지에게 미리 말도 하지 않고 아이들을 데리고 이 집으로 왔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어떠한 내색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무례하지만 피치 못할 행복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아버지는 두 남매에게 여름방학까지만 할아버지 집에 지낸다고 얘기했지만, 사정을 보니 더 오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아버지는 다마스를 몰고 신발 장사를 하고 있는데 벌이가 신통치 않습니다. 아버지는 자격증을 따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려고 노력 중인지 문제집을 사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의 집에 고모까지 함께 살게 됩니다. 고모는 옥주와 친했고 둘은 엄마와 딸처럼 살갑게 지냅니다. 그렇게 할아버지, 아버지, 고모, 두 남매의 행복하고 온기 넘치는 풍경이 펼쳐집니다.

완전해지고 싶은 옥주의 사춘기

우리는 완벽한 삶을 추구하지만 대부분은 그 꿈은 실현되지 않습니다. 어린 옥주는 도덕적이고 상식적인 세상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와 고모를 보면 어른들은 완벽하지 않아 보입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혼을 했고, 고모도 이혼을 할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옥주는 자신들을 버린 듯한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깊습니다. 철없는 동주가 이혼하고 따로 사는 어머니를 만나러 가겠다고 하자 가지 말라고 말립니다. 어느 날 동생이 어머니를 만나서 선물을 가지고 오자 화를 내면서 둘이 싸우게 됩니다. 옥주 또한 어머니를 만나고 싶었지만 마음속에는 원망의 감정도 있어 혼란이 옵니다. 그러다 옥주는 아버지에게 서러움이 폭발하게 됩니다. 아버지가 파는 신발이 진품인 줄 알았는데 가품인걸 알게 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삶에도 진품과 가품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옥주는 세상에 진짜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다고 아버지를 원망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돈은 잘못 벌지만 남매를 돌봐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완벽할 것만 같았던 세상은 결함 투성이이고 그 결함이 보편적인 것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옥주는 서서히 세상을 알아가면서 철이 듭니다. 아버지와 고모는 할아버지를 요양원으로 보내려 합니다. 옥주는 그걸 왜 나에게 물어보냐고 반문합니다. 옥주는 아버지가 참 매정합니다. 할아버지 집에 얹혀사는 주제에 할아버지를 요양원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옥주는 완전해지고 싶었지만, 불완전한 아버지를 원망하다가 불완전한 것이 이 세상의 기본임을 알게 되면서 마음의 불안이 잦아듭니다.

가족들과 함께 수박을 먹던 남매의 여름밤

남매의 여름밤 영화를 보면서 어린 시절 여름 방학 때 할아버지 집에서 지냈던 추억이 생각났습니다. 특히 말수가 없는 할아버지를 보면 우리 할아버지가 생각이 참 많이 났습니다. 별말씀 없으시지만 자식들이 싸우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올라와서 자식들의 싸움을 말립니다. 아버지의 거짓말과 어머니에 대한 원망 속에서 방황하던 옥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할아버지의 모습에 얼어붙은 마음이 풀립니다. 동생과 싸우던 옥주가 할아버지가 자신을 말리자 원망 반,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 반으로 바라봅니다. 비록 티격태격하는 가족이지만 식사할 때만큼은 싸우지 않았습니다. 옥주는 가족들이 함께 밥을 먹는 행복한 가정을 꿈꿉니다. 그래서 그런지 유독 식사 장면에서 웃음꽃이 많이 피어납니다. 할아버지 생신날 동생의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자 온 가족이 웃습니다. 이 장면은 여름날 평상에서 모기장을 치고 가족끼리 수박을 먹던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아무리 힘들고 견디기 힘든 일이 있어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기에 견딜 수 있습니다. 남매의 여름밤은 가족의 힘과 온기를 잘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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