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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브라질 최초 3선 당선, 그 의미

돼끼리 2022. 10. 3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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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브라질에서 치러진 결선 투표에서 초접전 끝에 룰라 다 시우바(77세)가 당선을 확정 지었다.

 

이날 결선 투표는 개표율 98.91% 기준 50.83%의 득표율로, 49.17%를 득표한 자이르 보우 소나로 대통령을 따돌리며 당선을 힘겹게 거머쥐었다. 브라질 최고 선거법원은 오후 7시 59분께 "룰라 다 시우바 후보가 당선인으로 확정됐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룰라 다시우바


남미 좌파의 대부

- 룰라 다 시우바는 남미 좌파의 대부로 통한다.

룰라가 국제 사회의 주목을 한눈에 받은 결정적인 장면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였다.

궁핍한 가정 형편에 초등학교를 중퇴해 변변한 졸업장 하나 없던 그는 당선증을 받아 들고서 "내 인생 첫 증서"라며 눈시울을 붉히며 삶의 굴곡을 딛고 일어선 '희망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지난 2010년 8년간의 대통령을 마치고 물러난 뒤 12년 만에 다시 3번째로 2억 1천여 명 브라질의 지도자로 당선된 룰라의 삶은 그 자체로 파란만장한 드라마다.

 

- 그는 어린 시절 땅콩 장사와 구두닦이로 가족의 생계를 도우며 궁핍을 뼛속에 새겼다.

10살 때까지 읽고 쓸 줄도 몰랐던 문맹이었다. 초등학교 중퇴 후 금속업체 공장 근로자로 일하던 중 사고로 왼쪽 새끼손가락 일부를 잃었다. 그는 이를 두고 평생 슬픔과 한으로 여겨졌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 그는 함께 공장을 다녔던 첫 부인을 산업재해성 질병으로 하늘로 떠나보낸 뒤 노조활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사망 당시 부인은 임신 상태였고 치료비가 없어 병원을 가지 못했다고 한다.

 

- 그는 10만 명의 노조원을 둔 금속노조 위원장으로 앞장서며 구속과 탄압에도 잇따른 파업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개혁 성향의 지도자로서 주목을 받게 된다.

 

- 1980년 상파울루 시 인근 3개 지역 노조가 참여한 브라질 사상 최대 규모의 파업을 주도하면서 전국적인 지명도와 인기를 얻게 된다. 이후 노동자당을 창당하여 상파울루 주지사에 출마하지만 낙선한다.

 

- 1984년 민주화운동의 대명사였던 '디레타스 자'로 불리는 대통령 직선제 쟁취 운동을 전개했고, 86년에는 연방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데뷔했다.

 

- 이후 대선까지 도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89년 실시된 대통령 직선제 선거에서는 페르난두 콜로르 데 멜루에게 패했으며, 94년, 98년 대선에서는 페르난두 카르도주 후보에게 패하며 보수층의 높은 장벽에 연거푸 무릎을 꿇었다.


3전 4기 만에 대통령에 당선되다

- 2002년 강성의 이미지였던 룰라는 '부드러운 룰라'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결선에서 61.3%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3전 4기 만에 대통령에 당선된다.

 

- 실용 좌파를 표방한 룰라 정부는 '보수주의자보다 더 보수적인 뜻밖의 보수'라는 평가를 받으며 경제 성장을 이끄는 한편 빈곤층 해소를 위한 정책을 적절하게 구사하여 호응을 얻었다.

 

- 2006년 재선에 성공한 룰라는 저소득층 생계비 지원 확대를 위한 '보우사 파밀리아'정책을 이어가며 빈곤에 허덕이던 수백만명의 주민을 비롯한 국민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임기 말의 지지율은 80%에 육박했다고 한다.

 

- 룰라가 집권한 8년간 브라질은 연평균 4%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다. 외화보유액은 집권 초기보다 10배 많은 3천억 달러에 육박했고, IMF에 진 빚도 다 갚으면서 브라질은 만성 채무국에서 채권국이 되었다.

 

- 최저임금의 지속적인 인상 등 사회복지 정책을 통해 2,800만 명을 빈곤에서 구제했고, 3,600만 명을 중산층에 편입시키면서 중산층 비율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명과 암

측근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 비리는 룰라의 성공 신화에 찬물을 끼얹었다.

룰라 자신도 재임 시절 부패 의혹으로 퇴임 후 큰 시련을 겪었다. 2018년 2심에서 12년 1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옥살이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 그러나 2019년 11월 재판 절차에 흠결이 있다는 연방대법원 파기 환송 결정에 1,2심 선고가 모두 무효가 되면서 재기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 룰라는 이날 결선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초접전 승부 끝에 세 번째 집권에 성공하면서 명예 회복과 함께 완벽하게 부활의 서사를 그려냈다.

 

이후 룰라의 행보와 그가 이끌어가는 브라질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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